자동화는 나를 편하게 만들지 않았다

Airtable로 옮기고 나서
바로 모든 게 좋아진 건 아니었다.

에러가 사라진 것도 아니고,
생각할 게 줄어든 것도 아니었다.

다만
하나 달라진 게 있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예전처럼 조급해지지 않았다.


예전에는
에러가 뜨면 바로 실행 로그부터 열었다.

어디서 막혔는지,
어느 노드에서 끊겼는지,
값이 왜 안 들어왔는지.

손은 빨랐지만
머리는 항상 늦었다.

지금은
반대로 됐다.

손보다
생각이 먼저 멈춘다.


이 구조에서
지금 이 에러는
우연한 사고인가,
아니면
언젠가 반드시 터질 문제인가.

이 데이터는
지금 깨진 건가,
아니면
원래 불안정한 상태였던 건가.

그걸 먼저 본다.


자동화는
나를 편하게 만들지 않았다.

대신
도망칠 수 없게 만들었다.

대충 넘기던 판단을
계속 요구했다.

이걸 고칠 건지,
구조를 바꿀 건지,
아니면
아직은 놔둘 건지.

모든 선택을
내가 하게 만들었다.


예전엔
“되면 됐다”가 기준이었다.

지금은
“다음에도 될 수 있나”가 기준이 됐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그래서 요즘은
자동화가 잘 돌아가는 날보다
문제가 생긴 날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날은
내가 뭘 모르고 있었는지
명확해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성공담이 아니다.

편해졌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다만
자동화를 시작한 이후로
처음으로
판단을 미루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
조금 가까워졌다는
중간 기록이다.

아직 멀었고,
아직 불안정하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같은 자리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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