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통째로 날아가던 시기

솔직히 말하면
그때 나는 계속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이거, 1년 하면 돈 되긴 하냐?”

한두 번도 아니고
수십 번을 물었다.

수익이 얼마냐고 묻고
현실적인 숫자가 맞냐고 묻고
이 방향이 맞는지 다시 묻고
“그래도 계속 가면 되냐”고 또 물었다.


내가 조급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꾸준히 하는 건 자신 있었다.
운전 일도 그렇게 버텼고
다른 일도 다 그렇게 해왔다.

문제는 이거였다.

꾸준히 할 수는 있는데,
방향 틀린 채로 1년을 버리는 건 죽어도 싫었다.


옆에 사람이 있으면
“야, 지금 이거 맞아. 계속 가”
아니면
“그건 버려, 여기서 갈아타”

이렇게라도 말해줬을 텐데
내 옆에는 그런 인간이 없었다.

노트북 하나,
에러 메시지,
그리고 AI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계속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같은 질문을
표현만 바꿔서 다시 던지고
같은 구조를
다른 방식으로 또 물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알 사람은 알 거다.

이 질문들을
내가 얼마나 많이 했는지.


운전 끝나고 쉬는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예전 같으면
웹소설 보거나
눈 좀 붙이거나
운동 가방 들고 내려갔을 시간에

나는
시동 끄자마자 노트북을 켰다.

n8n 열고
어제 깨진 데 다시 보고
“아니 왜 또 여기서 이러지”
혼잣말하면서 또 디버깅했다.

정신 차리면
출발 시간 알림이 울렸다.


뭐 하나 확실히 해결된 것도 아니다.

에러 하나 잡으면
다른 데서 터지고
그거 고치다 보면
또 시간 끝이다.

이걸 며칠이 아니라
몇 주를 반복했다.


그 와중에도
머릿속에는 계속 그 생각이 맴돌았다.

“이거,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거 맞나?”

확신은 없는데
멈출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조금씩 보이긴 했기 때문이다.

아주 조금.


그래서 더 집요해졌다.

조금 알게 되니까
더 파고들게 되고
조금 보이니까
이걸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이건 재미로 하는 것도 아니고
취미도 아니었다.

내 다음 10년이 걸린 문제라서
대충 넘기기가 싫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기는 성취의 시간이 아니었다.

돈도 없었고
결과도 없었고
확신도 없었다.

그냥
확신이 없어서 더 매달렸던 시간이었다.


하루가 통째로 날아가던 그 시기에는
그걸 몰랐다.

근데 지금은 안다.

그때 내가 붙잡고 있던 건
n8n이 아니라
**“이 길이 맞다는 최소한의 근거”**였다.

그래서
계속 묻고
계속 확인하고
계속 디버깅했다.

삽질은 하기 싫었고
그래서 더 많이 파봤다.


🔜 다음화 예고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불안한 상태에서
가장 크게 터졌던 사건 하나를 꺼낸다.

구글 시트의
row_number 하나.

그거 하나 때문에
“아, 이건 진짜 아니다” 싶을 정도로
이틀을 통째로 날렸다.

왜 계속 같은 데서 깨졌는지
왜 눈앞에 있는 걸 못 봤는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다시는 삽질 안 하게 구조로 고정했는지.

다음 화는
깨달음 말고, 사고 보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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